글로벌 현장리포트

일본 식육산업의 경쟁력은 사람을 키우는 데서 시작된다

군마현 전국식육학교를 가다…정형 기술부터 가공·판매까지 배우는 실습 중심 교육

숙련을 개인의 경험에만 맡기지 않는 일본 식육 전문 인재 양성 방식 주목

강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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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현 기자 <everything23@hanmail.net>

2026.9.24조회 1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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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현 다마무라정에 위치한 전국식육학교 전경

일본 군마현 다마무라정에 자리한 전국식육학교(全国食肉学校/ Federal Meat Academy). 이름 그대로 식육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일본의 정육 기술을 살펴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고기를 다루는 기술은 어디에서 배우고, 그 기술은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가. 일본 식육산업의 경쟁력을 사람의 문제에서 들여다보고 싶었다.

전국식육학교는 식육산업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직업능력개발학교다. 학교가 내세우는 교육 이념은 ‘산학협동에 의한 실천 교육’. 교실에서 지식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둔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식육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배운다.

학교의 성격은 교육 대상에서도 드러난다. 식육업계에 처음 진입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정육점과 축산업의 후계자, 식육 관련 기업이 파견한 연수생, 다른 업종에서 전환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이곳을 찾는다. 출발점은 서로 다르지만 배워야 할 대상은 같다. 고기를 이해하고, 다루고,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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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식육학교 관계자가 학교의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모습

고기를 자르는 기술에서,
고기를 파는 기술까지

전국식육학교의 교육과정은 정형 기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교는 1년·6개월 과정의 종합양성과와 3개월 과정의 식육판매과를 운영한다. 교육에는 소·돼지 식육처리와 정육 상품 제조, 식육가공품 제조, 조리, 위생, 원가계산과 판매에 필요한 지식이 포함된다. 학교 안에서 익힌 기술을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실천 교육도 교육체계의 일부다.

이 대목에서 전국식육학교가 가르치는 ‘기술’의 범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형은 고기를 정확하게 분할하고 손질하는 일이다. 그러나 정육점이나 육가공업체에서 필요한 역량은 그다음 단계까지 이어진다. 부위별 특성을 이해해야 적절한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원가와 위생을 알아야 그 상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형태의 고기를 원하는지 읽는 능력 역시 현장에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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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을 직접 손질하며 설명하는 실습 현장.

식육을 직접 손질하며 설명하는 실습 현장.

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러한 업무를 서로 떨어진 기능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고기를 다루는 손기술과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지식을 함께 가르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식육 전문인력을 단순한 작업자가 아니라 생산 이후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키우려는 교육 방향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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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실습에 사용하는 주방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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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대와 장비를 갖춘 식육 실습실

작업대와 장비를 갖춘 식육 실습실.

왜 다시 학교로 오는가

전국식육학교를 찾는 이들 가운데는 이미 식육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기업 연수생과 정육점 후계자가 교육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이 학교의 또 다른 역할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일을 배운 경험이 있더라도, 업무 전반을 체계적으로 익히기 위해 다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숙련자가 옆에서 알려주는 방식으로 기술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 방식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강점이 있지만, 무엇을 어떤 순서로 가르칠지는 사업장과 지도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학교 교육은 그 경험을 정리해 공통의 학습과정으로 제공한다. 학생은 자신이 익숙한 작업을 넘어 다른 부위와 공정, 가공과 판매까지 접할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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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 처리·정형 실습을 참관하는 교육생들.

전국식육학교의 존재가 곧 일본 식육업계 전체의 인력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곳은 숙련의 전승을 개별 사업장에만 맡기지 않고, 산업 차원의 교육으로 뒷받침하는 한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산업이 학교를 만들고,
학교가 산업으로 사람을 보낸다

전국식육학교는 1973년 농축산업진흥기구와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 등 관련 기관의 참여로 설립됐다. 농축산업진흥기구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누적 졸업생은 2,735명이다. 이 숫자는 학교의 규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식육 인력을 오랜 기간 꾸준히 양성해 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주목할 것은 학교와 산업의 관계다. 식육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교육하고, 업계 종사자들이 다시 학교를 찾아 기술과 지식을 익힌다. 학교가 산업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구조다. 전국식육학교가 강조하는 산학협동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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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교육 이념과 관련 자료가 전시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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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공간으로 이어지는 학교 내부

식육산업의 경쟁력을 묻는
또 하나의 질문

국내에서도 식육처리와 가공, 판매에 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전국식육학교의 사례를 한국에 없는 제도로 소개하거나, 두 나라의 교육 수준을 단정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이번 탐방이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르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누가, 어떤 과정으로 가르치고 있는가. 숙련자가 가진 경험을 다음 사람에게 안정적으로 전할 수 있는가. 정형과 가공, 상품화와 판매를 연결해 이해하는 인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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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식육학교는 그 질문에 대한 일본의 한 가지 답이다. 고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현장 경험이 필요하고, 그 경험을 쌓기 위한 교육의 시간도 필요하다. 군마현의 이 학교를 둘러보며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특별한 정형 기술 하나가 아니었다. 기술을 개인의 능력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배우고 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였다. 식육산업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생산량이나 가격, 설비와 유통망만큼이나 사람을 어떻게 키우는가를 함께 물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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