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컬처 & 트렌드
삼겹살도 ‘바삭하게’와 ‘촉촉하게’…2027년 외식 키워드 ‘영점소비’
특수부위 반 접시, 손님이 만든 ‘꿀조합’, 저당 양념갈비까지
채선애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센터장이 본 2027 외식시장

“삼겹살은 바삭해야 맛있지.” “그렇게 구우면 육즙이 다 빠지잖아.”
같은 불판을 앞에 두고도 젓가락이 향하는 곳은 다르다. 누군가는 가장자리가 노릇하게 익은 조각을 고르고, 누군가는 속이 촉촉할 때 집는다. 고깃집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2027년 외식시장을 전망하는 자리에서는 이 사소한 차이가 메뉴를 바꿀 단서로 등장했다.
지난 11월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7 식품외식산업 전망’에서 채선애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게 아니에요. 영점에 맞는 것에만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채 센터장이 말한 ‘영점소비’는 돈을 쓰기 전에 ‘이게 지금 내게 맞는 선택인가?’를 따져보고, 구매한 뒤 후회할 가능성을 줄이려는 소비다. 같은 외식비를 쓰더라도 회식인지, 혼자 먹는 점심인지, 오래 기다려 온 약속인지에 따라 지갑을 여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01 / TREND REPORT
이것저것 맛보던 소비자, 이제는 한 끼도 내 기준에 맞게
채 센터장은 최근 몇 년간 소비의 변화를 ‘소분소비’, ‘압축소비’, ‘영점소비’라는 세 단어로 설명했다.
잔술 한 잔, 조각 과일 한 팩처럼 작은 단위로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것이 소분소비다. 이것저것 시도해본 뒤에는 한 번의 지출로 여러 경험을 밀도 있게 즐기려는 압축소비가 부각됐다. 한 번 외출할 때 식사와 디저트, 구경거리까지 함께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면 쉽다.
영점소비에서는 ‘이만큼 많이 즐겼다’보다 ‘내가 원하던 경험을 했다’가 중요해진다. 외식 한 번에도 돈과 시간이 드는 만큼, 메뉴와 가격을 미리 살펴보고 자기 기준에 맞는 곳을 고르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발표에서 공개한 1,200명 조사에서도 75.4%가 남들이 보기 좋은 선택보다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더 중시한다고 답했다. 유행을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문항에는 65.0%가 동의했다. 인기 메뉴라는 설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 이를테면 양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식감인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는지가 선택에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02 / TREND REPORT
생수는 최저가로, 좋아하는 먹거리에는 새벽부터 줄을 선다
발표에서 채 센터장이 든 예가 있다. 최저가 생수를 찾는 사람과 좋아하는 떡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이 사실은 같은 소비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수를 살 때는 가격과 용량만 비교하면 충분하다. 이런 구매는 AI 쇼핑 도구에 비교를 맡겨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채 센터장은 이를 ‘무감소비’라고 불렀다. 반면 기다리던 한정 메뉴를 먹거나,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에는 직접 찾아보고 기꺼이 공을 들인다. 발표에서는 이쪽을 ‘진심소비’라고 했다.

고기 소비에도 두 기준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평일 저녁에 볶음밥에 넣을 고기는 가격과 중량부터 확인하고, 주말에 찾아가는 고깃집은 평소 먹기 힘든 부위나 그 집만의 굽는 방식 때문에 고를 수 있다. 같은 손님에게도 평일 장보기와 주말 외식은 서로 다른 구매다.
03 / TREND REPORT
회식 메뉴도, 고기 굽는 법도 각자 다르다
회식이라고 하면 으레 저녁에 고기를 굽고 술을 곁들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채 센터장은 요즘 회식에선 그 공식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봤다. 점심에 식사만 하기도 하고, 같은 테이블에서도 누군가는 맥주를, 누군가는 논알코올 음료를 고른다. 소고기 굽기는 손님마다 원하는 정도가 다르고, 삼겹살도 기름기가 덜한 쪽과 촉촉한 쪽으로 취향이 갈린다. 이런 흐름을 발표에서는 ‘마이파이(My-fi)’라고 불렀다.

고깃집에선 특수부위가 그 예다. 손님이 평소 먹던 고기를 주문하면서도 궁금했던 부위를 한 접시 더 시킬 수 있다. 채 센터장은 주류 주문이 줄어 손님 한 명당 매출을 고민하는 매장이라면, 이렇게 고기 메뉴에서 추가 주문이 나올 이유를 만들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매장에 적용해 보면, 처음 먹어보는 부위를 소량으로 담은 모둠이나 식감을 짧게 설명한 메뉴판도 생각해볼 수 있다. 메뉴 이름만 보고는 주문을 망설이던 손님도 ‘쫄깃한 부위’, ‘기름기가 적은 부위’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특징을 알면 고르기가 쉬워진다.

04 / TREND REPORT
손님이 만든 ‘꿀조합’이 메뉴판에 오른다
메가MGC커피의 바닐라라떼를 즐겨 마시던 소비자들 사이에 이런 주문법이 돌았다. 우유를 아몬드 음료로 바꾸고, 시럽은 라이트 바닐라 시럽으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맛이 궁금해도 처음 주문하는 사람에겐 키오스크에서 옵션을 여러 번 눌러야 하는 메뉴였다. 회사가 이 조합을 ‘라이트 바닐라 아몬드라떼’로 정식 출시하면서 메뉴 이름 한 번만 고르면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조합을 만들고, 기업은 그 조합을 누구나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메뉴판에 올린 사례다. 옵션을 늘리는 일과 손님이 자주 고르는 옵션을 묶어 주문을 쉽게 만드는 일은 한 매장 안에서도 함께 할 수 있다.

고깃집으로 옮겨 보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손님들이 특정 부위에 늘 같은 소스나 곁들임을 추가한다면, 그 조합을 메뉴로 묶어볼 수 있지 않을까. 정육점에서도 “이 고기 조금만 더 두껍게 썰어주세요”라는 주문이 반복된다면, 그 두께를 별도 규격으로 내놓을 만한지 살펴볼 수 있다. 매장에서 반복해서 받는 주문이 신상품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05 / TREND REPORT
삼겹살 맛 과자,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이유
삼겹살 맛 과자를 보면 어떤 맛인지 궁금해진다. 카페에서 떡볶이를 팔면 커피와 어떻게 어울릴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채 센터장은 이렇게 익숙한 메뉴에 뜻밖의 조합을 붙여 호기심을 만드는 흐름을 ‘언클리셰’라고 설명했다.
한정 메뉴에선 언제 내놓느냐도 중요하다. 단골이 꾸준히 찾는 대표 메뉴는 갈 때마다 맛이 일정해야 한다. 한정 메뉴는 손님이 관심을 보이는 시기에 나와야 그 호기심을 주문으로 이어갈 수 있다. 채 센터장은 이런 상품을 기획할 때 필요한 역량으로 순발력과 출시 타이밍, 소비자 반응을 읽는 감각을 꼽았다.
발표에서 소개한 백화수복 원컵 사례는 그 반응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다 마신 원컵을 채소 스틱 보관 용기 등으로 다시 쓰면서 뚜껑을 찾는 움직임이 검색과 SNS에서 포착됐다. 이후 원컵에 실리콘 뚜껑을 증정하는 행사가 나왔다. 소비자들이 용기를 어떻게 쓰는지 살펴본 것이 상품 기획의 단서가 된 것이다.

06 / TREND REPORT
양념갈비는 당을 줄이고, 커피에는 단백질을 더한다
발표 화면에는 저당 양념돼지갈비와 저당 숯불치킨이 등장했다. 디카페인이나 논알코올처럼 줄이고 싶은 성분을 기준으로 고르는 일이 고기 메뉴에도 들어온 사례다. 반대로 커피에 단백질을 추가하거나, 고기 위주로 구성한 컵 메뉴를 고르는 사례도 소개됐다.

채 센터장은 자신에게 필요한 요소를 골라 챙기는 흐름을 ‘스탯 맥싱’이라고 불렀다. 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골라 키우듯, 일상에서도 운동이나 식단처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 운동 뒤라면 단백질을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평소 당 섭취를 관리한다면 양념에 당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메뉴를 고를 때 살펴보는 식이다.

채 센터장은 단백질에 이어 식이섬유에도 관심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을 마시는 습관도 비슷한 사례로 들었다. 생수 브랜드를 찾는 데서 더 나아가 물 마시는 시간을 알려주는 앱이나 운동할 때 챙길 전해질을 검색하는 움직임에 주목했다. 외식 메뉴에서도 ‘건강한 한 끼’라는 넓은 설명보다, 한 끼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가 손님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07 / TREND REPORT
별점만으로 알기 어려운 것들
채 센터장은 소비자가 정보를 찾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검색 결과를 처음부터 훑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이미 걸러진 정보를 찾는다는 것이다. 발표에서는 지역별 맛집 지도와 특정 메뉴를 주제로 만든 지도가 사례로 나왔다.
‘고깃집 맛집’을 검색한 두 사람도 원하는 답은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은 아이와 함께 점심에 갈 곳을 찾고, 다른 사람은 평소 접하기 힘든 특수부위를 먹으러 갈 곳을 찾는다. 둘 다 별점이 높은 식당을 볼 수 있지만, 최종 선택에 필요한 정보는 다르다. 점심 주문이 가능한지, 어떤 부위가 나오는지, 한 접시가 몇 g인지를 알면 손님은 방문 전에 자기 기준에 맞춰 고를 수 있다.
08 / TREND REPORT
혼자 달리던 손님이 함께 먹으러 온다
취향은 사람을 모으기도 한다. 발표에선 외식 브랜드가 러닝 행사를 열거나 카페가 러닝 모임의 집결지가 된 사례가 소개됐다. 처음 만난 사이에도 같이 달리고 나면 먹을거리 앞에서 꺼낼 이야기가 생긴다. 채 센터장은 외식업체가 이런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손님이 자연스럽게 만날 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고깃집에선 그 단서가 이미 주문을 받을 때 들려올지도 모른다. “이 부위만 반 접시 돼요?”, “저번에 먹은 소스도 같이 주세요.” 한 사람의 요청은 사소해 보여도, 여러 테이블에서 같은 말이 나온다면 메뉴판에 올려볼 만한 수요다.
2027 식품외식산업 전망
주최: 농림축산식품부 · 주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 채선애 (주)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센터 센터장
2026년 11월 5일 ·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401호
-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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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경제연구원 ·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