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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남고 지방은 부족하다…국산 후지가격 지탱하는 A지방의 역설

스페인산 전지 3만3천 톤 유입에 브라질산 원료육까지 가세…국산 후지시장 경쟁 심화

A지방 확보 위한 후지 연계구매가 가격 지탱…수입 지방 대체 본격화 땐 급락 우려

강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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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현 기자 <everything23@hanmail.net>

2026.10.13조회 13,811

국내 돼지고기 원료육 시장에 ‘고기는 남고, 지방은 부족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수입 전지 등 대체 원료육의 조달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국산 돼지 뒷다리살(후지)은 가격 압박을 받고 있지만, 만두·햄·소시지 제조에 필요한 돼지 A지방은 오히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방을 확보하기 위해 후지까지 사들이는 연계구매가 후지가격을 지탱한다는 업계 증언이 나온다.

문제는 이 구조가 계속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산 A지방의 가격이 더 올라 육가공업체들이 수입 지방으로 전환한다면, 후지 연계구매의 필요성도 약해질 수 있다. 지방값 상승이 당장 후지 거래의 버팀목이지만, 지나친 상승은 오히려 그 버팀목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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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목전지의 빈자리…스페인과 브라질이 파고들다

국내산 후지시장의 변화는 육가공업체들의 원료 구매 전략에서 시작됐다. 햄과 소시지, 만두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특성과 원가에 따라 국내산 후지와 수입산 전지·목전지 등 다양한 원료육을 활용한다. 최근 미국산 목전지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스페인산 전지와 브라질산 원료육으로 구매처를 다변화했다는 것이 업계 취재 내용이다.

실제 수입 검역자료에서도 공급원 다변화가 두드러진다. 2026년 1~9월 스페인산 전지 수입량은 3만2,968톤으로, 2025년 연간 실적 1만2,205톤의 약 2.7배다. 브라질산 전지는 같은 기간 1만262톤, 후지는 3,434톤이 수입됐다. 특히 브라질산 후지는 2025년 연간 실적이 약 92톤이었다는 점에서 시장 유입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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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브라질산 전지·후지 수입량 — 2025년 전체와 2026년 1~9월의 기간이 서로 다른 비교다. 이 자료만으로 전년 동기 증가율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스페인산 전지는 올해 9개월 수입량만으로 지난해 12개월 실적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국내산 후지시장의 경쟁 압력을 브라질산 할당관세 물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수입산 전지와 국내산 후지는 제품별 배합과 용도에서 완전히 동일하지 않지만, 가공업체의 원료 선택지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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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위별 주요 수입량 표 — 냉동·냉장 합계. 2025년은 연간, 2026년은 1~9월 누계와 9월 당월 실적을 구분했다.

9월 전지 수입시장, 미국과 스페인이 비슷한 규모

9월 당월 실적에서는 수입시장 구도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미국산 전지 수입량이 4,975톤인 가운데 스페인산은 4,567톤으로 근접했다. 브라질산 역시 2,229톤이 들어왔다. 전체 전지 수입량 약 1만4,118톤 가운데 점유율은 미국 35.2%, 스페인 32.4%, 브라질 15.8%였다.

스페인산과 브라질산을 합한 비중은 약 48.1%다. 두 국가의 공급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물량이 어떤 기업에서 국내산 후지를 얼마나 대체했는지는 별도 구매실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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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국가별 돼지고기 전지 수입량 — 스페인산 수입량이 미국산에 근접했다. 전체 전지 수입량을 분모로 점유율을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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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전지 수입시장 요약 — 주요 4개 국가 외의 물량도 포함한 전체 수입 기준이다.

할당관세로 조달 선택지는 넓어졌지만…국산 후지는 압박

정부는 2026년 5월 29일부터 연말까지 냉동 돼지고기 원료육 등 1만2,000톤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육가공 원료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조치다. 삼겹살 등 일반 포장육 판매용과는 구분되는 제도로, 전체 브라질산 수입량과 할당관세 적용량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수입 원료육의 공급이 원활해지면 육가공식품 생산이나 소비가 줄지 않더라도 국내산 후지 사용량은 감소할 수 있다. 업체가 제품 생산량을 유지한 채 원료 구성을 바꿔도 국내산 후지시장에는 수요 위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후지시장 악화를 국내 육가공업체의 생산 부진만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 차이 1,000원 안팎…수입산을 선택할 유인

취재 당시 국내산 후지 매입가격은 kg당 약 4,700~4,800원으로 언급됐다. 반면 일부 스페인산 등 수입 원료육의 환율·물류비 반영 도입가격은 kg당 약 3,700~3,900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거래 조건과 규격에 따라 달라지지만, kg당 약 800~1,100원의 격차는 대형 가공업체의 구매전략에 의미 있는 차이다.

원료육 변경에는 포장지 원산지 표시, 배합 규격, 기존 공급계약 등을 조정하는 절차가 뒤따른다. 한 번 수입산 원료 중심으로 구매 구조가 바뀌면 단기 가격 변동만으로 곧바로 국내산으로 되돌아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후지는 남는데 A지방값은 왜 계속 오르나

A지방은 돼지고기 부분육을 발골·정형하면서 분리한 지방 가운데 식품 원료용으로 선별되는 양질의 지방을 말한다. 만두·소시지·햄 등 육가공식품에서는 제품 특성에 따라 필요한 지방을 배합한다. 지방은 단순히 중량을 채우는 원료가 아니라 풍미, 다즙성, 식감과 가공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육가공업체는 수입 전지로 살코기 원료를 바꿀 수 있어도, 배합에 맞는 지방을 원하는 가격과 품질로 조달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국내산 A지방의 판매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배경으로 국내산 원료 선호, 수입 지방 가격 부담, 일부 품목의 소지방 대체 수요가 거론된다.

제공된 월별 판매단가 그래프를 기준으로 A지방은 2025년 중반 kg당 1,8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갔다가 하반기부터 상승했다. 2026년 9월 평균 가격은 약 2,600원/kg으로, 2025년 9월 약 2,000원보다 약 30% 높다. 이 수치는 원본 그래프에서 판독한 근삿값으로, 정확한 월별 거래가격 확정치와는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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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지방 평균 판매단가 추이 — 2025년 1월~2026년 9월. 사용자 제공 그래프를 판독해 재구성한 근삿값이다.

도축두수는 거의 그대로…지방 공급도 크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돼지 도축두수는 2025년 1~9월 1,379만2,759두에서 2026년 같은 기간 1,370만8,675두로 약 0.6% 감소했다. 전체 도축 규모는 전년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장에서 제시한 생체중 110kg 돼지 기준 두당 산출량 범위 3.5~5.0kg을 단순 적용하면, 2026년 1~9월 지방 관련 잠재 생산량은 약 4만7,980~6만8,543톤으로 추정된다. 전년 같은 기간의 추정치 약 4만8,275~6만8,964톤과 큰 차이가 없다.

이 범위는 서로 다른 부분육 정형 규격에 따른 계산치다. 실제 A지방 판매량이나 시장 공급량을 그대로 의미하지 않는다. 가공업체별 정형 방식, 지방 선별 기준, 자체 소비와 외부 판매 비중 등에 따라 유통 물량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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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두수와 지방 잠재 생산량 — 도축두수는 거의 같은 수준이다. 지방 생산량은 정형 규격별 가정에 따른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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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두수 기반 잠재 생산량 계산표 — 두당 최소 3.5kg, 최대 5.0kg을 각각 적용했으며 합산하지 않았다.

수입 돼지지방은 33.4% 늘었는데…국내 A지방값 상승

수입축산물 검역자료에 따르면 2026년 1~8월 돼지지방 수입량은 9,641톤으로, 전년 동기간 7,227톤보다 33.4% 늘었다. 이미 2025년 연간 수입량 9,061톤을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 A지방 가격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수입통계의 '돼지지방'이 모두 국내 육가공업체가 원하는 A지방 규격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수입 지방이 환율·운송비 등을 반영하면 kg당 2,500~2,700원 또는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원산지 표시와 제품 배합, 냉동 보관 및 물류 조건도 국내산 대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수입량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국내산 A지방 수급이 풀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대체 가능한 지방의 물량, 규격과 실거래가격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A지방을 구하려면 후지도 산다…뒤바뀐 구매 관계

이번 수급 불균형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A지방 확보와 국내산 후지 구매가 연결돼 있다는 업계 취재 내용이다. 일부 식육포장처리업체는 A지방을 공급하면서 후지를 일정 비율 함께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거래한다는 것이다.

육가공업체 입장에서는 살코기 원료를 수입산으로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제품 생산에 꼭 필요한 국내산 A지방을 공급받기 위해 후지를 추가 구매할 유인이 생긴다. 이 경우 국내산 후지의 거래 일부는 후지 자체의 가격 경쟁력보다는 지방의 조달 필요성에 의해 유지된다.

고기가 필요해서 지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확보하기 위해 고기까지 함께 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취재 관계자는 이러한 연계구매가 없었다면 국내산 후지가격이 지금보다 크게 낮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kg당 4,700~4,800원 수준의 매입가격이 수입 원료육과의 경쟁만으로 결정됐다면 3,600~3,700원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단, 이는 취재원의 가정에 따른 전망이지 확인된 적정가격이나 확정적인 하락 예측이 아니다.

더 오른 A지방값이 후지시장을 흔드는 ‘역설’

당장 높은 A지방 가격은 식육포장처리업체의 지방 판매수익을 높이고 후지 연계거래를 유지하는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계속 오르면 수입 지방과의 실질 구매가격 격차가 좁아지고,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원료 변경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진다.

제품별 품질 기준, 원산지 표시와 공급계약을 바꿔야 하므로 전환은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입 지방의 사용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면 국내산 A지방을 얻기 위한 후지 연계구매의 유인은 약해진다. 이미 스페인·브라질산 수입 원료육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된 후지시장에는 그만큼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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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 생산의 병목, 원료육에서 지방으로 옮겨가나

원료육의 구매처가 다변화된 상황에서도 만두·소시지 등 가공품은 배합에 적합한 지방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계획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지방의 조달 가능 물량이 가동률과 구매전략을 결정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방 부족으로 실제 공장 생산량이 줄어든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A지방 연계구매가 전체 후지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분석은 검역실적과 가격 추이, 현장 취재를 연결해 시장 위험을 설명하는 것으로, 특정 기업의 거래조건을 확정적으로 일반화한 것은 아니다.

결국 국내산 후지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A지방이 얼마까지 오르느냐만이 아니다. 육가공업체가 언제, 얼마나 빠르게 수입 지방으로 전환하느냐가 국산 후지가격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고기는 남고 지방은 부족한 시장에서, 지금 후지를 떠받치는 지방이 언제까지 버팀목으로 남을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 자료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입축산물 검역실적(2026년 9월), 사용자 제공 A지방 월별 판매가격 그래프, 돼지 도축두수 집계, 업계 원료육 수급 취재.

  • 통계 해석 주의 전지·후지 수입량 비교의 2025년 실적은 연간, 2026년 실적은 1~9월 누계다. A지방 평균 판매단가는 원본 그래프의 판독 근삿값이며, 생산량은 두당 산출량 가정을 적용한 추정치다.

  • 취재·분석의 범위 후지 연계구매와 수입 지방 대체 시나리오는 업계 취재를 기반으로 한 분석·전망이다. 실제 계약 비율과 가격 하락 폭을 확정적으로 의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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