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육류 생산과 기후 변화,

‘탄소 터널 시야’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할 때

탄소 배출량이라는 지표를 넘어, 육류 생산의 환경적·영양학적 역할을 살펴야

편집부2026.9.28조회 28,198
최현수

전문가 기고

최현수과장(농학박사)

㈜선진 선진기술연구소 Meat&Food혁신센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육류 생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필자는 탄소 감축이라는 목표 외에도

영양 안보, 토양 건강, 산업 부산물, 메탄의 순환 특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INTRO

식탁 위로 번진 기후 위기 책임론, 과연 정답일까?

최근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의 식탁, 특히 ‘육류 소비’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환경 단체와 일부 정책 입안자들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가축 사육을 대폭 줄이고 콩이나 배양육 같은 대체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후 위기라는 복잡한 문제의 일부분만 보고 내린 단편적인 결론일 수 있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Vrije Universiteit Brussel)의 프레데릭 르로이(Frédéric Leroy) 박사는 최신 발표 자료를 통해 현대 사회가 육류 생산을 평가할 때 범하는 주요 오류를 지적한다. 그는 온실가스 수치라는 단 하나의 지표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현상을 ‘탄소 터널 시야(Carbon Tunnel Vision)’라고 명명하며,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해 보다 넓고 통합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르로이 박사의 발표에 담긴 자료와 과학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축산업과 기후 변화의 상관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01

‘탄소 터널 시야(Carbon Tunnel Vision)’의 한계

LOOK BEYOND CARBON

참고자료 1의 일러스트는 현재 기후 논의가 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속 인물은 오직 ‘탄소 배출량 감소’라는 한 점만 응시하고 있으며, 그 외의 수많은 생태적, 사회적 문제들은 시야에서 배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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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터널 시야 (Jan Konietzko 일러스트) / 이미지 설명 : '탄소 배출(Carbon emissions)'이라는 좁은 시야에만 매몰된 모습을 묘사한 일러스트. 터널 밖에는 생물 다양성 감소, 수질 오염(부영양화), 빈곤, 건강 문제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다양한 환경·사회적 지표들이 방치되어 있음을 보여줌.

이 그림이 시사하는 바는 탄소 감축이라는 목표에 매몰되어 현실 세계의 상충관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농업을 극단적으로 집약화할 경우, 단위당 온실가스는 감소할 수 있으나 수질 오염이나 토양 건강 악화, 생물 다양성 훼손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지구는 파괴했다”는 역설은 탄소 터널 시야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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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식단 전환의 실질적 효과와 대체육 산업의 현주소

DIETARY TRANSITION & ALTERNATIVES

식단 전환이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그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자료 2에 따르면 채식으로 전환했을 때 개인이 얻을 수 있는 탄소 감축 효과는 전체 배출량의 1~6% 수준에 그친다. 대다수의 배출량은 주거, 교통, 서비스 및 상품 소비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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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탄소 배출량 및 식단 전환 효과 비교 / 이미지 설명 : 개인의 연간 탄소 발자국(약 12t CO₂-eq) 중 주거, 교통, 상품 소비 등 타 영역 대비 식단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그래프. 완전 채식(비건), 채식(베지테리언), 플렉시테리언으로 전환하더라도 실제 감축되는 탄소 비율(1~6%)은 전체 배출량 대비 매우 제한적임을 시각화함

육류의 대안으로 주목받던 ‘대체 단백질(Alternative proteins)’ 산업 역시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식물성 모방육 기업들은 맛의 한계와 문화적 저항 등으로 시장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기후 친화적이라 홍보되는 ‘배양육(Lab-grown meat)’은 세포 배양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요구되어, 생산 공정에 따라 기존 쇠고기보다 탄소 발자국이 최대 25배 높을 수 있다는 분석(Risner et al., 2023)도 보고된 바 있다. 대체육이 기후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아직 기술적, 환경적 과제가 남아있다.

03

동물성 식품의 영양학적 가치와 부산물 활용

NUTRITION & BY-PRODUCTS

가축을 식량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정책은 인류의 ‘영양 안보’ 측면에서 위험성을 동반한다. 미국의 가축을 모두 없앨 경우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분은 3% 미만으로 추정되지만, 국민들은 비타민 B₁₂, 요오드, 칼슘, 철분 등 필수 미량 영양소 결핍에 직면할 확률이 높아진다(White & Hall 2017). 동물성 식품은 특히 노약자 및 성장기 어린이의 영양을 지원하는 필수적인 고밀도 영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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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의 부산물 활용도 (Everything But the Squeal) / 이미지 설명 : 돼지 도체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식용 및 비식용 부산물의 산업적·의료적 활용도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고기 생산 외에도 브러시 모, 헤파린, 인슐린, 심장 판막, 젤라틴 등 생명공학 및 일상용품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가축의 다원적 가치를 보여줌

또한 가축은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을 넘어선다. 참고자료 3의 인포그래픽은 돼지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의료적, 산업적 부산물을 보여준다. 내장 점막의 헤파린(혈액 응고 방지제), 췌장의 인슐린, 뼈에서 추출된 젤라틴 등은 인류의 생명 유지와 산업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의 단순화된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CA)는 이러한 부가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04

토양 탄소 격리와 생태계의 자연적 기준선

SOIL CARBON & NATURAL BASELINES

가축 방목이 자연을 훼손한다는 인식과 달리, 과학적으로 관리된 방목지는 훌륭한 생태계 복원 및 탄소 흡수원 역할을 수행한다. 참고자료 4에 제시된 ‘브라운스 목장’의 사례는 다품종 순환 방목 시스템 도입 후 토양 유기물 함량이 1.7%에서 11.1%로 증가한 양상을 보여준다. 초지 식물의 깊은 뿌리와 가축 분뇨의 상호작용은 토양 깊은 곳에 탄소를 안정적으로 격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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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 관리에 따른 토양 유기물 변화 / 이미지 설명 : 미국 브라운스 목장(Brown's Ranch)에서 다품종 작물 및 가축 순환 방목 시스템을 도입한 후, 1993년부터 2013년까지 표토층 깊이와 토양 유기물(OM) 함량이 1.7%에서 11.1%로 대폭 증가한 경과를 보여주는 토양 탄소 저장 실증 데이터

추가적으로 메탄 배출에 대한 ‘자연적 기준선(Natural baselines)’을 고려해야 한다. 북미 대륙에는 과거 수천만 마리의 야생 들소가 서식하며 막대한 양의 메탄을 발생시켰다. 오늘날의 방목 가축은 사라진 대형 야생 초식동물의 생태적 자리를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 가축의 메탄 발생을 온전히 인위적인 새로운 배출로만 규정하는 것은 생태계의 역사적 맥락을 배제한 접근이다.

05

생물학적 메탄의 순환 특성과 평가 지표의 개선

METHANE & CLIMATE METRICS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와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메탄(CH₄)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에는 과학적 한계가 존재한다. 화석연료 유래 탄소는 수백 년간 대기 중에 누적되는 반면, 소가 배출하는 생물학적 메탄은 약 12년이 지나면 하이드록실 산화 과정을 거쳐 이산화탄소로 전환된다. 이 탄소는 다시 목초지의 광합성에 흡수되어 자연적인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즉, 사육 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가축은 대기 중 탄소의 총량을 누적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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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평가 지표(GWP100 대 GWP*) 비교 / 이미지 설명 : 메탄 배출량 변화 추이(증가, 유지, 감소)에 따라 기존 GWP100 방식과 단기 체류 가스의 동적 특성을 반영한 GWP* 방식을 적용했을 때 계산되는 온실가스 환산 배출량(CO₂-we)의 차이를 비교한 데이터 표

이에 따라 르로이 박사를 비롯한 학계 일각에서는 기존의 GWP100(100년 지구온난화지수) 지표 대신, 단기 체류 가스의 동적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GWP*’ 지표 도입을 제안한다. 실제로 뉴질랜드 축산업을 GWP* 지표로 재평가한 결과, 양고기와 쇠고기 생산이 기후 중립적이거나 온난화에 기여하지 않는 수준으로 나타난 바 있다.

CONCLUSION

다차원적 지표 기반의 식량 시스템 구축

축산 부문의 생산 효율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일 지표에 매몰되어 가축 사육을 맹목적으로 축소하는 접근은 예상치 못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르로이 박사가 인용한 “모든 복잡한 인간의 문제에는 간결하고 그럴듯하지만, 틀린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멘켄(H.L. Mencken)의 통찰은 현 상황에 적절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제는 탄소라는 단편적 기준에서 벗어나 영양 안보 유지, 산업 부산물의 안정적 공급, 토양 탄소 격리 능력, 생물학적 메탄의 순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육류 생산 시스템이 갖는 복합적인 기능과 생태적 역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할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기후 대응과 지속 가능한 식량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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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페이지는 필자가 제공한 기고문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본문의 평가·주장·연구 인용은 기고자의 견해이며, 인용 연구의 원문 링크는 제공 원고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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