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MEAT

“고깃집은 고기만 팔아서 명품이 될 수 없다”

벽제갈비 창업주 김영환 회장

신촌의 작은 식당에서 대한민국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까지

최고급 한우와 서비스에 대한 고집,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결국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

김은희 기자

기자에게 메일 보내기

김은희 기자 <tops4433@naver.com>

2026.9.28조회 22,277
김영환 회장.png
김영환 벽제갈비 창업 회장

고깃집은 많다. 잘되는 고깃집도 많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고객에게 기억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고기 맛이 좋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싼 고기를 쓴다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고객은 맛과 가격을 비교하고, 새로운 식당을 찾아 움직인다. 어제의 유명 식당이 내일도 손님을 맞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 치열한 시장에서 벽제갈비는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왔다. 신촌 골목의 고깃집에서 출발해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으로 성장했고, 평양냉면 브랜드 봉피양과 벽제갈비 더청담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사업 확장에는 시행착오가 따랐고, 세대가 바뀌면서 경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놓지 않은 것이 있다. 최고의 고기를 선별하고, 그 고기를 제대로 다루며, 고객에게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김영환 회장에게 식당 경영의 본질을 물었다. 그의 이야기는 한 외식기업의 성장사를 넘어, 고깃집이 어떻게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실패 끝에 선택한 한우, 가격보다 품질을 먼저 생각했다

김영환 회장이 처음부터 고깃집 경영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1980년대 여러 외식업에 도전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회고한다. 거듭된 실패에도 외식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선택한 것이 한우였다.

당시에도 이름난 고깃집은 있었다. 기존 강자들이 자리 잡은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살아남으려면 분명한 차별점이 필요했다. 김 회장이 내세운 것은 최고급 한우와 서비스였다.

단순히 가격만 높은 고기가 아니라, 최고 품질의 한우를 최상의 서비스로 제공한다.

고기의 품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고객이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경험을 남겨야 했다. 이를 위해 최고급 한우 매입에 집중하고, 매장 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을 택했다.

좋은 원료를 확보하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키우고, 고객이 그 가치를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 김 회장이 말하는 프리미엄은 이 세 요소가 함께 움직일 때 완성된다.

KakaoTalk_20260930_124454644_01.jpg
봉피양 매장 전경. 사진=제공자료

KakaoTalk_20260930_124454644.jpg
벽제갈비 관련 매장 전경. 사진=제공자료

창업자의 고집과 2세 경영의 변화…브랜드를 지키는 또 다른 과제

식당을 창업하는 일과 오랜 시간 유지하는 일은 다르다. 창업자가 현장 하나하나를 챙기며 만들어낸 성공 방식을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변화하는 고객의 취향에 맞춰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기존 브랜드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벽제갈비 역시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김 회장은 현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일궈온 창업자다. 현재 경영을 이끄는 김태현 대표이사는 새로운 다이닝 문화와 사업 변화를 추진해왔다. 두 세대의 경영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고, 새로운 브랜드와 사업 확장 과정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시도도 있었다.

반대로 봉피양은 벽제갈비와는 다른 고객층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이를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지만, 변화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랜 시간 쌓아온 고유의 가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경험과 다음 세대의 시각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그것은 40년을 맞은 벽제갈비가 지금도 풀어가고 있는 경영의 과제다.

한 점의 고기 뒤에는 수십 년의 기술이 있다

벽제갈비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김 회장이 빼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고기를 다루는 현장의 전문가들이다.

최고급 한우를 매입했다고 해서 그 가치가 저절로 고객의 식탁까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고기의 상태를 살피고, 부위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손질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육수를 만드는 경험과 고객을 응대하는 숙련도 역시 매일의 품질을 결정한다.

식당의 이름은 경영자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름에 걸맞은 맛과 서비스를 매일 같은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은 현장의 몫이다. 이런 기술은 새로운 매장을 연다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돈을 투자한다고 곧바로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image.png

식육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원육의 품질을 최종적인 상품 가치로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통하려면, ‘점포’가 아니라 ‘기준’을 가져가야 한다

벽제갈비의 다음 과제 중 하나는 해외 시장이다. 국내에서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해서 해외에서도 같은 방식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고객의 식문화와 외식 소비 방식이 다르고, 식재료 조달과 매장 운영에도 새로운 조건이 따른다.

김 회장은 과거 해외 시장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국내에서 검증된 성공 방식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벽제갈비 더청담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을 정비하는 한편, 해외 사업 가능성도 다시 살피고 있다고 했다.

그가 바라보는 해외 진출은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한국의 고기 문화를 해외 고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국내에서 쌓은 품질과 서비스의 기준을 해외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먼저다. 새로운 시장에 맞춰 변화하되 브랜드의 근간은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10년, 20년 손님을 맞는 식당의 가치를 봐야 한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식당의 가치는 매출 규모나 점포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지역에서 10년, 20년 손님을 맞는 식당이 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고객의 신뢰를 쌓고, 종업원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소비를 뒷받침한다.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과 경험은 식당을 지속시키는 자산이 된다. 벽제갈비 역시 더 큰 브랜드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말하는 성장의 출발점은 여전히 현장에 있다. 최고급 한우를 선별하는 일, 숙련된 전문가들이 기술을 이어가는 일, 고객에게 제대로 된 식사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다.

신촌 골목의 고깃집에서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벽제갈비가 지켜온 것은 결국 이 기본이었다.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을 만드는 것보다 오랜 시간 다시 찾아오는 고객을 만드는 일. 김영환 회장이 말하는 식당 경영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

ChatGPT 이미지 2026년 9월 30일 오후 01_45_37.png

  • #축산물
  •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