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수급은 느슨한데 돈가는 강세…
돼지시장의 ‘디커플링’
수입량 역대 최대 수준·국내산 재고 29% 증가에도 9월 돈가 7천원 돌파
후지·등심 재고 급증…삼겹·목심은 오히려 감소, 부위별 수급도 양극화
KREI 9월 6,400~6,600원 전망…10월 도축 증가하면 5천원 후반 하락 예상

돼지고기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돼지고기 재고가 늘고 수입량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돼지 도매가격은 오히려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수입·재고·소비 등 시장의 기본적인 수급 여건과 실제 지육가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수급 펀더멘털과 지육가격의 디커플링’ 현상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돼지 도매가격은 탕박·제주 제외 기준 9월 1일 kg당 6,850원에서 2일 7,010원으로 7천원선을 넘어선 뒤 3일 7,046원, 4일 7,038원, 7일 7,101원, 8일 7,088원을 기록했다. 9월 들어 7천원 안팎의 고돈가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돈가는 상반기부터 강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평균 지육가격은 kg당 5,900원대로 전년 같은 기간 5,713원보다 3.3% 높았다. 1~6월에는 3월을 제외하고 동월 기준 높은 가격이 이어졌다. 이후 7월에는 6,236원으로 지난해 6,365원보다 낮아졌고, 8월 역시 약 6,400원으로 지난해 6,602원을 밑돌았지만 8월 말부터 가격은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 같은 고돈가를 돼지고기 전체 공급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8월까지 누적 돼지 도축두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ASF 발생으로 올해 1분기 약 15만두가 살처분됐지만 누적 도축량 자체는 이미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이 육류유통수출협회의 분석이다.
수입은 늘고, 국내산·수입산 재고도 증가
수입 돼지고기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올해 1~8월 돼지고기 누적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15.4% 증가해 같은 기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역대 연간 최대 수입량이었던 2018년 46만3,521톤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입육 재고도 적지 않다. 6월 기준 수입산 돼지고기 정육 재고는 19만2,424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9,348톤보다 20.8% 증가했다.
국내산 상황 역시 비슷하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회원사 조사치를 토대로 추정한 6월 국내산 돼지고기 재고는 4만8,772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29% 증가했다.

후지·등심은 쌓이고, 삼겹·목심은 줄었다
다만 부위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후지 재고는 1만8,246톤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했고, 등심은 9,535톤으로 93% 급증했다. 전지도 5,450톤으로 29% 늘었다.
반면 삼겹살 재고는 8,008톤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했고 목심 역시 1,666톤으로 32% 줄었다. 결국 전체 재고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후지와 등심이다. 두 부위만 합쳐도 2만7,781톤으로 국내산 전체 재고의 약 57%를 차지한다.

이는 최근 돼지고기 시장을 단순한 ‘공급 과잉’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돼지고기 전체 물량은 충분하지만 소비가 원활하지 않은 부위에는 재고가 집중되고, 삼겹살과 목심 등 선호 부위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수급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현재의 높은 돈가를 뒷받침할 정도의 뚜렷한 호조 신호는 확인되지 않는다.
육류유통수출협회는 전년과 비슷한 도축량에도 국내산 재고가 29% 증가한 데 대해 올해 돼지고기 소비가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지 못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높은 지육가격에도 불구하고 후지 등 하부위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고 삼겹살과 목심 판매 역시 이를 상쇄할 만큼 활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체 공급과 지육시장 물량은 같지 않다
그렇다면 재고와 수입량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지육가격은 왜 강한 것일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돼지고기 전체 공급량’과 ‘당장 가격을 결정하는 지육시장 물량’은 같지 않다는 점이다.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는 국내산 재고와 수입육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전체 공급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그날의 돼지 도매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물량은 아니다. 돼지 도매가격은 실제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탕박 도체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도 돼지 도매가격을 ‘탕박 전체평균(제주 제외)’으로 별도 집계하고 있다.
전체 돈육 공급이 충분해도 단기간 출하와 작업물량이 줄어들거나 도매시장의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지육가격은 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전체 돈육 공급이 충분해도 단기간 출하와 작업물량이 줄어들거나 도매시장의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지육가격은 강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여름휴가와 휴일에 따른 도축장·가공장 휴무로 작업물량이 줄었고 시장의 저가 판매 물량도 감소했다. 광복절 이후 소비가 일부 회복되면서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폭염에 따른 증체 지연과 추석을 앞둔 출하시기 조정 등이 겹치면서 8월 말 이후 지육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를 국내 돼지고기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으로 확대해석하기에는 수급지표와의 괴리가 크다. 올해 8월까지 누적 도축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고, 수입량은 15.4% 증가했다. 국내산 재고는 29%, 수입산 재고는 20.8% 늘었다.
10월 돈가, ‘디커플링’의 시험대
향후 시장의 관심은 이 같은 디커플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9월 돼지 도매가격을 kg당 6,400~6,600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9월 초 7천원대 가격이 월말까지 그대로 유지되기보다는 월평균 기준으로 일정 부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격 흐름이 본격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시점은 10월이다.
KREI는 10월 돼지 도축두수가 162만~166만두로 전년보다 약 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10월 돼지 도매가격도 kg당 5,600~5,800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1월에는 도축두수가 163만~167만두로 전년보다 6.2% 증가하면서 돈가도 5,400~5,60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10월 돈가는 올해 나타난 ‘수급과 가격의 디커플링’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도축물량이 예상대로 증가하고 추석 성수기 수요까지 종료된 뒤 돈가가 5천원대로 내려선다면 최근의 7천원 돈가는 전체 돼지고기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상승이라기보다 단기적인 출하와 지육시장 수급이 만들어낸 가격 강세였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대로 수입육과 국내산 재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도축량까지 증가하는데도 돈가가 6천원 이상에서 강하게 버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경우에는 단순한 생산·수입·소비량의 문제가 아니라 도매시장 경락물량과 경락비중, 육가공업체의 작업패턴, 부위별 수급 불균형 등 국내 돈가를 형성하는 구조 자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해 돼지고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례적인 ‘가격의 디커플링’이 10월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 #축산물
- #유통
관련 콘텐츠

SPECIAL FOCUS
닭고기 공급 늘지만 부분육은 부족…11월 가격 하락 속 엇갈린 수급전
11월 육계시장은 도축 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공급 증가만으로 닭고기 시장 전반의 수급이 넉넉해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2026.11.6

지상중계
달러 쌓이는 한국…내년 환율, 1,300원 아래로 향하나
달러를 벌어들이는 힘이 달러를 사려는 수요보다 강하다면 환율은 어디까지 내려갈까. 내년 원·달러 환율을 바라보는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이사의 출발점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달러의 규모다.
2026.11.2

이슈·인사이트
일본, 스페인산 돼지고기 ASF 지역화 적용 심사 착수
일본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수입을 중단한 스페인산 돼지고기에 대해 지역별 위험도를 구분하는 ‘지역화(조닝·zoning)’ 적용 여부를 공식 심사한다.
2026.11.2
